뇌의 흑역사
마크 딩먼 지음|이은정 옮김|부키|324쪽|1만9000원
아이작은 쇳조각을 자기 정강이뼈에 대고 망치로 내리친 뒤 상처에 여드름에서 짜낸 고름과 콧물을 채워넣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할 만큼 심각한 감염증을 기대하고 저지른 이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제는 아이작의 ‘신체통합정체성장애’였다. 뇌가 인식하는 몸과 실제 몸의 불일치로 신체 일부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 절단을 갈망하게 되는 현상이다. 과거 성도착증의 일종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뇌의 신체 인식을 관장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두정피질의 기능 이상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신경과학 교수인 저자는 뇌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인간의 행동과 감각, 정체성까지 뒤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환자 사례들이 생생하다. 자신이 죽었다고 믿고(코타르 증후군), 오른손으로 잠근 단추를 풀어헤치는 왼손을 통제하지 못하며(외계인 손 증후군), 이름과 성(性), 나이, 신체적 특징이 각기 다른 여러 인격이 번갈아 나타나는(해리성 정체감 장애) 사람들이다.
과거엔 이런 장애가 ‘있다’거나 ‘없다’고만 얘기했다. 최근에는 장애를 ‘정상적’ 행동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는 추세다. “(이상 행동은) 정상적 인간 경험의 한 측면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축소됐다는 의미일 뿐이다. 아무리 특이해 보여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겪은 일이다. 누구도 급격한 신경학적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시된 사례들은 아직 발생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것들이다. 저자는 신경과학계에서 제기하는 가설을 소개할 뿐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면서도 우리는 정작 우리의 뇌를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 겸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