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쪽 |1만7000원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에요!” 시력을 잃은 퇴역 장교 알 파치노가 식당에서 처음 만난 여인에게 춤을 청하며 말한다. 탱고 하면 생각나는 영화 ‘여인의 향기’ 중 한 장면. 엉킬 대로 엉킨 듯한 인생이라도, 자신에게 발맞춰 주는 누군가가 있는 한 다시 삶을 밀고 당길 용기를 얻는다.

아르헨티나 출신 대문호 보르헤스(1899~1986)의 마지막 신간 ‘탱고’를 읽다 보면 영화 속 알 파치노와 많은 것이 겹쳐 보인다. 이 책은 1950년대 후반 유전 질환 등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보르헤스가 눈으로, 귀로 빠져든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정신 ‘탱고’에 대해 1965년에 펼친 강연집이다. 녹취본으로 존재하다 사후 30년 만에 출간됐고, 우리말로는 처음으로 번역됐다.

보르헤스는 1880년대 뒷골목 매음굴에서 탄생한 유혹적 환락에서 탱고가 빈민가 이주 노동자를 위로하는 춤과 음악으로 변모한 과정을 탐미한다. 1920년대 유럽으로 전해지며 상류층 파티의 꽃이 되지만, 보르헤스는 탱고 가사 속 현실 비판적이며 철학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