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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글·그림 | 제제의숲 | 44쪽 | 1만4800원
마을은 생긴 모양부터 네모꼴이었다. 친절한 버스기사 코끼리. 솜씨 좋은 옷가게 주인 백조, 부지런한 농부 얼룩말…. 생김새도 하는 일도 제각각인 동물들 곁에는 언제부턴가 ‘네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웃 일에 관심이 많고 말이 빨라 소식을 전하는 데는 최고여서 다들 좋아했다.
그런데 네모들에게 신기한 기능이 하나 더 생겨났다. 사진을 보여주면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기능.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더 큰 부러움을 샀다. 은행원 사자가 황금빛 갈기를 멋지게 빗질하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날, 이 사진 한 장이 마을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겉모습에 별 관심없던 농부 얼룩말이 사자를 부러워하게 된 게 시작이었다. 얼룩말은 사자처럼 갈기를 황금색으로 염색했다. 네모들의 ‘좋아요’가 쏟아졌다. 그 사진을 보고 얼룩말 줄무늬가 부러워진 청설모는 흰 스카프에 검은 줄무늬를 그려 넣었다.
비둘기는 더 어리석고 더 과감했다. “저 멋진 스카프를 빼앗아서 어젯밤 싸우다 목에 생긴 상처를 감춰야지.” 비둘기는 훔친 스카프를 매고 독수리인 척 가면까지 써서, 엄청나게 많은 ‘좋아요’를 받는다. 하지만 얄팍한 속임수는 들통나기 마련. 의문의 독수리에게 관심이 집중되자, 네모들이 그 뒤를 캐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들도 당연한 듯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부모들 걱정도 태산이다. 외신을 통해 보도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거대 테크기업 메타 내부고발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10대 소녀의 32%가 ‘인스타그램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10대 영국 이용자 13%의 충동 계기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꾸며진 소셜미디어 속 모습이 진실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날 수 있는지, 네모들의 ‘좋아요’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동물들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좋아요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또 다른 ‘좋아요’의 제물로 만들어버리는 결말에 이르면 어른도 쓴웃음을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