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130여 곳이 늘어선 도쿄의 진보초(神保町)에 콩책 전문 고서점 ‘로코서방(呂古書房)’이 있습니다. ‘콩책’이란 일본어로는 ‘마메혼(豆本)’. 가로 2cm, 세로 3cm 크기의 콩알만 한 작은 책을 뜻한답니다. 대하소설은 내용을 축약하기도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정도는 온전히 다룬다고요. 일본에서는 에도 시대 후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여성과 아이를 위한 오락용, 혹은 3월 3일 소녀들의 축제인 히나마쓰리 때 집에 장식하는 인형의 서랍장에 넣을 수 있는 동화책 등으로 유행했답니다. 장인이 제작하다 전문 출판사가 생겼고, 현재는 젊은 여성들이 취미로 콩책 만들기를 배우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네요. 이 서점 주인 니시오 히로코는 1993년 진보초에 첫 여성 서점주라는 타이틀을 걸고 로코서방의 문을 열었다고요.
연극 기획자 박순주씨가 쓴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정은문고)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진보초의 서점 18곳을 찾아가 그들이 만든 역사, 지속 가능한 비결 등을 듣고 기록했습니다. 1877년 도쿄대학 창립을 계기로 여러 대학이 모여들고 학생들이 책을 사고팔며 형성된 진보초엔 100여 년 전 문을 연 서점이 수두룩하답니다.
미시마 유키오가 단골이었던 고미야마 서점, 어린이책 전문 미와서방, 영화·연극·희곡·시나리오 전문 야구치 서점. 저마다 특색 있는 이 서점들이 건재한 건 결국 꾸준히 찾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일본 서평 사이트 ‘올 리뷰스’가 운영하는 서점 파사주 바이 올 리뷰스 대표 유리 로쿠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점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적극적 지지를 보내줄 팬클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팬클럽, 우리에겐 얼마나 있을까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