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회 발코니
박세미 시집 | 116쪽 | 문학과지성사 | 1만2000원
박세미의 ‘오늘 사회 발코니’는 일상에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사람의 감각적 기쁨으로 가득한 시집이다. 아파트, 마천루, 미술관 등 현대 도시를 상징하는 화려한 건축물 뒤에 숨겨진 장소들, 이를테면 벽, 창고, 반지하, 쓰레기통 등이 시집의 주된 공간적 무대이다. 시인은 특유의 발랄하고 미니멀한 화법으로 현대적 공간의 구조를 산뜻하게 해체하면서, 현실의 이면을 낯설게 바라본다.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무너졌습니다/ 벌거벗은 내부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배경만이 남았습니다”(’벽 없는 집’)
건축 전문 기자이기도 한 이 젊은 시인이 이처럼 무언가를 계속 허물어뜨리는 반건축적 행위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구조의 와해, 질서의 무너짐을 경유해야지만 보이는 새로운 장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집에서는 그것이 바로 표면의 세계이다. “낙하하며 보기/ 빠짐없이 보기//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사물에게로/ 다가가며 생각하지 않으며 더 작은/ 단위로 진입한다”(‘표면으로 낙하하기’)
건물의 수직적 구조 대신 그 표면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르다보면, 어느새 시집의 가장 매혹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인 ‘발코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발코니란 무엇인가? 건물의 안도 밖도 아닌, 일종의 경계이자 표면에 해당하는 미묘한 장소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에,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편견 없이 만날 수 있는 경계의 공간. 거기에서는 “나의 사회와 너의 사회가 만나는/ 촉촉한 뽀뽀”(’접속’)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감각적 사건이다. 이 발코니라는 매력적인 시의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