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콘수엘로 드 생텍쥐페리 지음|윤진 옮김|문학동네|436쪽|3만5000원
“네 장미꽃을 그리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1943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발표한 ‘어린 왕자’ 속 이 명대사의 원천을 증명하는 책이다. 생텍쥐페리와 아내 콘수엘로가 1930년에 처음 만나 15년간 주고받은 168통의 편지와 그림, 육필 원고를 한데 묶었다. “우리는 별들을 길들일 거야”라고 속삭이는 생텍쥐페리의 연서들은 소설 속 어린 왕자가 그 자신이었음을, 그리고 그가 사랑한 장미가 콘수엘로였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설에서 영원한 이별을 맞았던 장미와 어린 왕자처럼 두 사람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는 세계 곳곳의 상공을 다녀야 했고, 고립감을 느낀 콘수엘로의 불만은 “꽃은 언제나 어린 왕자 탓을 했다”는 어린왕자 속 대사로 연결됐다. 그럼에도 ‘어린 왕자’ 출간 이듬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에서 생텍쥐페리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콘수엘로와 써내려 간 절절한 문장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어린 왕자’ 속 아름다운 세계관을 빚어냈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