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의 삶이 정말 나아지는 걸까? 몇 년 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는 주제다. 페니실린에는 감사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대해서는 별로 그렇지 않다.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지난해 SF 소설집을 냈는데 작가의 말에서 간단한 삼단논법으로 딴에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는 좋은 삶을 살고 싶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술을 통제해야 한다.’

앞으로도 같은 문제의식으로 SF와 논픽션을 더 쓰려 하는데, 그때마다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권력과 진보’(생각의힘)를 자주 펼치게 될 것 같다. 기술과 번영의 관계를 깊이 성찰한 이 736쪽짜리 책의 첫째 장 제목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다. 두 MIT 경제학자는 기술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발전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술의 발전 방향은 공공선을 향할 수도 있고, 그 기술을 개발하거나 소유한 특정 계층의 이익을 향할 수도 있다. 산업혁명 초기 생산성 향상은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이 아니라 몇몇 공장주의 수익을 증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책은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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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기술 발전 방향을 둘러싸고 의제를 설정하고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중요한데, 저자들은 이를 ‘설득 권력’이라고 칭한다. 오늘날 기업계와 ‘테크 지배층’이라 불러야 할 소수가 이 설득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테크 업계의 억만장자들은 기술 진보가 현재의 여러 가지 위기를 다 해결해 줄 거라는 비전을 당당하게 내세우지만, 실제 그들이 개발하는 기술은 자동화, 감시, 데이터 수집, 광고 쪽으로 치우쳐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비롯한 몇몇 첨단 기술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듯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의 해법이 다소 막연하게 들리기는 한다. 그 막연함을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첫째, 너무나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기에 추상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둘째, 여태까지 구체적인 방법이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이제부터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