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360쪽 | 1만6800원

올해 예순넷,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는 또래 친구들과 ‘치매 예방 하이쿠 모임’을 만들었다. ‘미스터리의 여왕’이란 별명답게 친구들이 지은 17자의 하이쿠에서도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하이쿠 한 편 한 편이 곧 제목이 된 짧은 소설 12편이 담겼다.

제목만 읽었을 땐 서정적이었던 하이쿠가 미야베 미유키를 만나 오싹하거나 괴이한 이야기로 변질된다. ‘장미꽃잎 지는 새벽 두시 누군가 떠나가네’라는 하이쿠를 보고 쓴 소설엔 눈·코·입이 없는 밋밋한 얼굴의 괴이한 존재가 등장해 원작자가 기함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인간의 장기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신생물이 발견되는 SF부터 결코 시들지 않는 열매가 등장하는 판타지까지 장르에도 한계가 없다.

‘화차’ 등 대표작처럼 치밀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틈날 때마다 한 편씩 가볍게 읽기 좋다.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과 같은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장기도 유감없이 발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