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식당에선 가끔씩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면 됩니다. 하지만 청와대 요리사는 같은 분의 삼시 세끼를 매일 책임져야 하니 메뉴 선정부터 고민이 크지요.”
천상현씨는 1998년 서른 살에 최연소 청와대 요리사로 발탁됐다. 중국 음식을 즐겼던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중식 요리사를 뽑았는데, 당시엔 화교 아닌 한국인이 웍(중식 프라이팬)을 잡는 경우가 드물어 신라호텔 소속이었던 그가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청와대 총괄조리팀장으로 2018년 관저를 떠날 때까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다섯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졌다. 그 경험을 엮어 ‘대통령의 요리사’(쌤앤파커스)를 펴냈다.
급히 준비한 회덮밥을 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탈이 났다는 소식에 철렁했던 일이나, 매운탕에 든 쏘가리가 너무 작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몸통은 주방에서 다 드셨나?”라고 농담을 하는 바람에 전원이 긴장했던 일처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비 오는 주말에 막걸리와 파전을 찾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나물 반찬을 ‘인간 저울’처럼 정확히 20g씩만 먹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대통령들의 입맛도 소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통령을 묻자 “다섯 분이 한 분과 같았다”며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한 그릇의 음식에서 위안을 받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