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지음 | 이정미 옮김 | 현익출판 | 272쪽 | 2만원
스리랑카에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칠 때, 귀로 먼저 위험을 감지한 코끼리들은 떼 지어 내륙으로 피했다. 하지만 사람은 함께 도망치지 않았다. 눈으로 쓰나미를 확인하고 허둥댈 땐 이미 늦었다. “동물과 달리 사람의 뇌는 눈과 귀로 들어오는 서로 다른 정보를 하나로 이해하는 기능을 발달시켰지요. 두 감각을 연합시키고 시간을 더한 결과 생겨난 것이 언어이고요.” 원초적 감각이 무뎌진 사람이 갖게 된 한계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와 도쿄대 의대 교수를 지낸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가 나눈 대담집. 음악가가 “빛이 소리보다 빠른데 영화음악은 실제 화면보다 미세하게 느리게 넣어야 조화롭다”고 하면, 뇌과학자는 “귀는 원초적 ‘파충류 뇌’와 무척 가깝지만 눈은 가장 먼 감각기관이어서 처리 속도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둘의 대화는 동서고금의 예술, 과학, 철학, 인문학을 아우른다. 언어에 지배돼 감각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삶과 예술을 온전히 감각하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