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
주노 디아스 지음 | 레오 에스피노사 그림 |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54쪽 | 1만6000원
“내일은 여러분이 태어난 곳을 소개해 볼까요?”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났다. 세계의 꼭대기에 있는 돌로 된 마을에서 온 아이도 있고, 선인장도 기절할 만큼 더운 사막에서 살았던 아이도 있다. 호랑이로 유명한 정글에서 태어난 아이도, 나라 하나만큼 커다란 도시에서 온 아이도 있다. 그리고 롤라는? 섬에서 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갓난아기였을 때. “섬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물어볼래요. 동네 어른들은 늘 우리가 떠나온 섬 얘기를 하시거든요. 저는 그분들 기억을 그림으로 그릴게요!”
점심시간 학교 운동장엔 저마다 태어난 곳에 관해 말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판타지 영화처럼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 위로 요트와 화물선이 지나고, 거대한 피라미드 위로 그네가 난다.
롤라가 태어난 섬도 만만치 않다. 사촌 언니는 “이불만큼 큰 박쥐가 날았다”고 했고, 전통 과자 파는 아주머니는 “음악으로 가득 차 사람들은 잠자면서도 춤을 췄다”고 했다. 사람 머리만 한 망고는 달콤했고, 바다에선 해 질 무렵 돌고래들이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섬을,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나온 걸까?
30년 넘게 온 섬을 공포에 떨게 한 무서운 괴물, 그 괴물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롤라를 기다린다. 롤라는 그 모든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에 아름답게 담아낸다.
저자는 장편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2008)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도미니카계 미국인 작가.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는 실제 30여 년 악명 높은 독재에 시달리다 시민의 힘으로 이겨냈다. 롤라의 이야기는 이민자 도미니카인 모두의 공통 기억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