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나이라 데 그라시아 지음|푸른숲|376쪽|2만1000원
우리는 사진 속 박제된 펭귄을 이렇게 자주 묘사한다. ‘똑같은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포유류 동물’. 저자에게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착각’이다. 저자가 미국 해양대기청 연구원으로서 남극에서 매일 마주한 살아있는 펭귄들은 ‘젠투펭귄’ ‘턱끈펭귄’ 등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종과 비만과 마른 체형, 탈모 등 개성 있는 외견을 뽐내기 때문이다. 짝짓기 시기 이성만 쫓아다니거나 청소년기에 놀고먹는 펭귄, 연구자들을 자주 때리는 심술맞은 펭귄 등 성격도 천차만별. 때로는 둥지 주변 이웃인 남극물개, 도둑갈매기, 얼룩무늬물범 등과 교류하며 다채로운 ‘펭귄생’이 펼쳐진다.
저자의 관찰은 봄·여름·늦여름·가을, 4부의 일기 형식으로 담겼고, 선임연구자와 마오리족, 로알 아문센 등 미지의 남극을 탐험한 역사적 일화들을 함께 적었다.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란 착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기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