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미타카시 '바람의 산책로'에 위치한 옥록석. 다자이 오사무가 건너편 다마가와죠스이에 투신해 생을 버린 지점이다./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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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삶을 버린 문인의 투신(投身) 지점에 기념물을 세우는 일은 아름다운가, 아니면 악취미인가. 지난달 도쿄도 미타카시(市) ‘바람의 산책로’를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미타카역 근처의 이 길을 따라 다마가와죠스이(玉川上水)라는 이름의 하천이 흐르는데,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몸을 던져 39세로 생을 마감한 곳입니다. 다자이는 애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물에 뛰어들었죠. 그의 죽음에 대해 신변 비관, 허세, 정사(情死) 등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옥록석./곽아람 기자

역에서 350m 쯤 걷다 보니 바위가 하나 있고 그 옆에 ‘玉鹿石(옥록석)’이라 적힌 표석이 놓여 있더군요. ‘다자이 오사무가 입수(入水)한 곳’이라는 설명이 구글맵에 나옵니다. 이 바위는 다자이의 고향인 아오모리현 고쇼가와라시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다자이 오사무 소설 '걸식학생'에서 다마가와 조스이를 묘사한 구절./곽아람 기자


근처 푯말에 다자이 작품 ‘걸식학생(乞食學生)’에서 가져온 이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논개의 충절을 기린 ‘의암(義巖)’이 있는 도시에서 자란 제게도 누군가 목숨을 끊은 지점을 유적으로 삼는 일은 꽤나 낯설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다자이의 삶과 작품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으니 의미있지 않은가요.

9월의 무성한 잎사귀에 덮인 다마가와 조스이. 다자이의 곡절 많은 생애도 물길을 따라 흐른다./곽아람 기자

재작년 가을, 국내에서 다자이의 대표작 ‘인간실격’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판매고를 올려 화제가 됐었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수치와 회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인간실격’의 유명한 첫머리를 읊어보았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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