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이 책은 훗날 머스크의 삶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은 과연 인류를 보호하고 이롭게 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기계 스스로 의지를 갖게 되며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에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란 미국 SF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머스크가 청소년기에 가장 좋아한 책 중 한 권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달에 범죄자들을 보내서 건설한 식민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식민지는 자기 인식과 유머 감각을 획득할 수 있는 마이크라는 별명의 수퍼컴퓨터에 의해 관리되는데, 식민지에서 반란이 일어나 세를 키우자 그 컴퓨터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시킨다.”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이 책의 우리말 번역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습니다. 작품 속 여성의 키가 원문에는 180㎝로 남성 화자보다 큰데 번역본엔 이를 168㎝로 옮겼고, 70㎏인 여성의 몸무게도 48㎏으로 줄였으며, “She was taller”라는 문장을 “그녀는 나보다 약간 작았다”고 옮긴 것이죠. “여성은 남성보다 키가 커도, 체중이 더 나가도 안 되는 건가. 의도적 오역 아니냐”며 독자들이 항의했고, 결국 출판사는 시중의 책을 회수하고 수정해 다시 내기로 했습니다. 역자는 제대로 옮겼는데 편집 과정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출판사 측 해명. 불미스러운 소동이지만 원문을 일일이 대조해 볼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이가 실재한다 믿었던 슐리만처럼, 어떤 독서가들은 책 속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믿습니다.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 도전하는 머스크 역시 그런 독서가 중 한 명인 것이죠. 인류의 진보는 결국 그런 몽상가들이 이끄는 것일지도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