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데이비드 무어 지음|정지인 옮김|아몬드|540쪽|2만9000원

1944년 나치의 봉쇄로 발생한 네덜란드의 겨울 기근은 유전학에서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시기 엄마 배 속에 있었던 태아들이 훗날 비만한 성인이 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산모의 영양이 부족하면 아이도 왜소해진다는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후성 유전학적 설명을 시도한다. 쉽게 말해 경험도 유전된다는 학설이다. 산모가 굶주리면 배 속의 태아도 비슷한 환경에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는 체질을 갖게 된다. 이때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만 유전자가 아니라 굶주림이라는 엄마의 후천적 경험이다. 경험은 유전 형질 자체를 바꾸진 못하지만 스위치를 켜고 끄듯 발현을 촉진·억제하는 방식으로 유전자에 새겨지고 대물림된다.

후성 유전학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안한다. DNA 또는 성장 환경이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본성 대 양육’의 이분법을 뛰어넘는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좋은 방향으로 발현되도록 사는 것이다. “우리는 맥락에서 영향을 받으며 그 맥락을 통제할 힘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깨어 있고 성취하는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