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나는 신문에 부고가 실릴 만큼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 말을 전한다. “당신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보다 하찮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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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에 대한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왜 모든 고인(故人)은 위인(偉人)인가, 하고.

죽은 이의 과오를 묻기를 꺼리는 인식 때문이긴 하겠지만,

고인은 대개 훌륭한 어버이, 혹은 효심 깊은 자식, 다정한 친구였지요.

부음 기사도 으레 고인에 대한 찬사로 차고 넘치게 마련입니다.

우리 언론의 경우 유명인 아닌 일반 부음은 빈소, 발인, 유족 이름 정도로 간단히 처리하지만

서구 신문은 부고(obituary)란을 따로 두어 좀 더 구체적인 부고를 싣습니다.

지난주 나온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월스트리트 부고 전문 기자가 쓴 책.

좋은 부고란 고인을 찬사하고 기리기 보다는 고인의 실수, 단점 등도 어느 정도 밝혀

사람들이 입체감 있게 고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더불어 “내 부고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며

생전에 미리 자신의 부고를 써 볼 것도 권하는데요.

이 경우에도 본인을 성인화 하는 것은 금물.

결국은 얼마나 인간미 있게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모든 故人이 위인일 순 없다… 찬사 줄이고 실수도 기록하라]

이렇게 적은 이는 이사벨 아옌데(81).

메릴 스트립 등이 주연한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 ‘영혼의 집’(1993) 원작자인 칠레 소설가입니다.

78세 때 쓴 산문집 ‘사랑하는 여자들에게’(시공사)에서 아옌데는 ‘열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사벨 아옌데 산문집,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시공사

그는 젊은 시절에도 무척 열정적이었지만, 문학적 ‘야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성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칠레에서 자랐기 때문에 야망이란 건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칠레의 근대사를 다룬 첫번째 소설 ‘영혼의 집’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70대에 만난 세번째 남편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아옌데는 작품의 인기 비결 역시 ‘열정’에서 찾습니다.

여전히 습하고 뜨거운 날씨.

더위를 잊고 몰두할만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아옌데의 책을 펼쳐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그려내는 열정적인 여인들을 만나보세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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