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대, 중세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박수철 옮김|까치|380쪽|2만1000원

기원후 5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중세 1000년간은 오랫동안 ‘암흑시대’라 불렸다. 고대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근대의 빛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기. 폭력, 무지, 맹신이 지배한 시대라 알려졌다. 13세기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야만적인 전투 장면을 떠올린다면, 서구인들이 중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학 연구자인 저자들은 이러한 통념에 반기를 든다. 흔히들 게르만족의 이동을 중세의 시작점으로 잡지만, 책은 라벤나 산비탈레 성당의 푸른 천장에서 반짝이는 금빛 별 모자이크로 시작한다. 저자들은 이 빛이 1000년 후 시인 단테에게 영감을 주어 지옥의 암흑을 통과해 ‘영원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서사시 ‘신곡’을 탄생시킨다 말한다. 십자군 원정 등 세계 문명사의 획을 긋는 사건들이 일어나며, 영민한 여성들이 문재(文才)를 발휘했던 ‘잊힌 시대’를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빛이 만드는 그림자처럼 다채롭게 복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