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에도 당신의 책임은 있다
야코프 토메 지음 | 유영미 옮김 | 에코리브르 | 292쪽 | 1만8000원
2018년 폭염이 덮친 일본에선 야외 학습을 나갔던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세계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가나의 한 도시에선 19세 청년이 플라스틱과 전자 폐기물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에 희생됐다.
저자는 이들의 죽음엔 우리의 책임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살인자”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한 사람당 한 해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약 11톤이라고 하면, 얼마나 큰 수치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1000톤의 이산화탄소로 1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고 하면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다. 저자는 대략 이산화탄소 1000톤을 ‘1킬 스코어’로 환산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세계 상위 100위 생산 업체의 킬 스코어는 매년 약 4만5000명. 육류 생산이 초래하는 생태학적 결과까지 고려하면 모 패스트푸드의 체인은 햄버거를 팔아 하루에 24명을 죽음으로 내몬다. 저자는 범죄 소설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의 진짜 원인과 가해자들을 파헤친다. 책을 다 읽고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