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댄 살라디노 지음|김병화 옮김|김영사|632쪽|2만9800원

한국 ‘연산 오계’는 볏부터 뼈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가 검은색이다. 이 땅에서 700년 이상 살며 음식 재료로는 물론 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엔 “오계는 모든 부위가 약재로 쓰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1930년대 오계보다 더 빨리 자라면서도 몸집이 큰 닭이 도입되면서, 오계는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오계처럼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했으나 사라져 가는 음식에 대해 조명한다. 세계화와 대량생산은 기근을 예방하고 10억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지만, 그 결과 바나나는 단 하나의 품종만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전 세계 치즈 절반은 한 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된다.

저자는 “대량생산을 위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결과, 바나나는 포자 몇 개만으로 농장 전체를 초토화하는 파나마병으로 괴멸 위기에 처했다”며 “현재의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이 붕괴하기 전에 그 대안으로 사라져 가는 음식과 그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