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1900년
존 루카스 지음|김지영 옮김|글항아리|412쪽|2만2000원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도시는 런던(1863년)이다. 두 번째는 어디일까. 파리(1900년), 뉴욕(1904년)보다도 먼저 부다페스트(1896년)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했다. 유럽 대륙 최초의 도시 철도다.
부다페스트 출생으로 미국에서 역사학 교수가 된 저자가 1900년 전후 이 도시의 초상을 복원해 낸다. 당시 부다페스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제2의 도시이자 빈-상트페테르부르크 사이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동유럽의 파리’를 지향하며 국제도시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부다페스트는 독일어·가톨릭 문화권인 도나우강 서쪽 ‘부다’와 헝가리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동쪽 ‘페스트’가 통합돼 만들어졌다. 도나우강을 낀 유일한 대도시여서 1910년 이민자 비율이 유럽 대도시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외부 인구도 계속 유입됐다. 그 결과 유럽적인 것과 헝가리적인 것이 공존했다. 특색 없이 여러 문화가 뒤섞여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다양성이야말로 이 도시의 특색이다.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도 익숙하지만 그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유럽과 미국 중심의 세계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중부 유럽의 공백을 채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