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걱정스레 제비 둥지를 들여다보는데 네 마리 새끼 제비 중 한 마리가 없다. /노란상상

여름, 제비

구윤미·김민우 지음·그림 | 노란상상 | 48쪽 | 1만4000원

투두둑 투두둑 지붕 위로 장대비가 쏟아진다. 친구도 없고 놀 것도 마땅찮은 시골 할머니집, 방 안에서 혼자 뒹굴던 아이는 제비 지저귀는 시끄러운 소리에 밖을 내다본다. 하필 비오는 날, 새끼 제비들의 첫 비행 연습이 시작됐다.

처마 밑에 둥지를 튼 반가운 손님 제비 가족. 하필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새끼 제비들의 첫 비행 연습이 시작됐다. /노란상상

처마 밑 둥지를 벗어난 새끼 제비들이 마당 한가운데 빨랫줄에 앉은 어미를 향해 날아오른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네 마리. 아이의 시선은 연속 사진처럼 나뉘어진 그림 칸을 따라 새끼 제비들의 첫 날갯짓을 헤아리며 뒤쫓는다.

그런데 한 마리가 없다. 깨금발로 고개를 길게 빼며 둥지 안을 살피는 아이는 걱정스럽다. “아무리 봐도 세 마리뿐인데?” 이런, 제일 조그만 녀석이 그만 빨랫줄을 지나쳐 더 먼 지붕까지 날아가 버린 것이다. 둥지로 돌아올 엄두가 안 나는지, 혼자 된 새끼 제비는 처량하게 운다.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 부르는 소리가 “아가, 밥 먹자!” 부르는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에 겹쳐 들려온다.

어미 제비가 마당 한 가운데 빨랫줄에 앉아 부르지만, 둥지 안의 새끼 제비들은 아직 바깥 세상으로의 첫 날갯짓이 어색하고 두렵다. /노란상상

시골집에 혼자 맡겨진 아이는 이 새끼 제비가 남 같지 않다. 곁에서 다독여주지 않고 멀리서 부를 뿐인 어미 제비도 야속하다. 새끼 제비는 비에 젖어 무거워진 저 작은 날개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하지만 처음 날갯짓이 서툰 건 사람도 제비도 마찬가지. 조금만 인내하며 기다려준다면 혼자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홀로 해낼 때, 아이에게도 새끼 제비에게도 첫 비행의 기쁨은 더 커질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새끼 제비를 도와주려던 아이는 누구나 처음엔 서툴다는 것, 기다려주면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될까. /노란상상

제비 깃털 하나 한옥 기둥 나무결 하나까지 묘사가 정성스럽다. 인물의 선은 단순화해 둥글둥글 귀엽고, 풍부한 표정이 잘 살아난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아이와 제비의 마음을 곱씹으면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따뜻한 책이다.

/노란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