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또 미안해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64쪽 | 1만7800원
몽실몽실한 고양이들이 발이며 꼬리에 털실 뭉치를 휘감은 채 장난치며 뒹군다. 책장에 손을 가져다 대면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만져질 것 같다. “삶은 실줄로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의 관계도 이 실줄로 묶여 있지요. 하지만 꼭 붙잡고 있지 않으면 금세 사르르 풀려 버릴 거예요.” 줄을 놓치자 노란 풍선과 연이 바람에 휩쓸려 하늘로 날아간다. 고양이들이 그걸 바라본다.
사람 사이를 엮는 관계의 실줄은 무척 섬세하다. 때론 너무 쉽게 끊어지고,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새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럴 때 고양이라면 어떻게 할까.
등을 둥그렇게 부풀리고 고함 치는 고양이 앞에서, 친구 고양이들은 더 소곤소곤 말한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때, 고양이들은 먼저 다가선다. 한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무시하면 찡그리는 대신 함께 활짝 웃어준다.
사과하고 용서하기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 아이들에게 그 중요함을 설명하기란 더 어렵다. 이 책은 귀여운 고양이들을 등장시켜 ‘잘못했어’와 ‘미안해’라는 말이 갖는 큰 힘에 관해 말한다. 사근사근 속삭이는 듯 부드러운 이야기다.
책 속에서, 제 성질을 참지 못해 일부러 상처를 준 고양이들은 먼저 용기 내어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양쪽에서 한 발씩 다가오면 화해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진다. 중요한 건 실수를 그대로 인정하고, 엉뚱한 변명을 지어내지 않는 것. 그리고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귀여운 고양이들의 어른스러운 행동에 웃음이 나고,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설득당하고 만다.
로마 살레시오대학에서 공부한 살레시오회 이정자 수녀가 우리 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