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미술, 젠더로 읽다

고연희 등 11명 지음|혜화1117|456쪽|4만원

조선시대 회화에서 책 읽는 남성은 흔하게 등장하지만, 독서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그림은 단 한 점뿐이다. 남성 화가 윤덕희(1685~1766)가 그린 ‘책 읽는 여인’이다. 반듯하게 앉아 독서하는 그림 속 여인은 조선 후기 상류층 여성을 재현한 듯 보인다. 하지만 여인이 걸터앉은 목재 의자와 뒤에 세워진 거대한 삽병(揷屛)은 중국 명나라 상류층의 정원 풍경. 고연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이 그림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분석하며 “조선 남성 문인들의 상상 속 우아한 중국 ‘사녀’(仕女)에 대한 이미지이자, 조선 남성 문인들이 누리고 싶은 우월적 문명을 향한 상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림, 글씨, 자수 등 동아시아 미술을 ‘젠더’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연구자 11명이 참여하고 고연희 교수가 엮었다. 중국 명·청대 여성 초상화에서 남성 관료의 복장을 한 여성 초상을 분석하고, ‘오륜행실도’ 속 그림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향한 가학과 관음을 읽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