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군대

보이지 않는 군대

맥스 부트 지음 | 문상준·조상근 옮김 | 플래닛미디어 | 884쪽 | 4만5000원

서기 66년, 중무장한 로마군은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 서안의 벳호론 협곡을 지나다 난데없이 언덕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투창 세례를 받았다. 유대 게릴라들의 매복 전투로 세계 최강이라던 로마 군단은 병력 5700명을 잃었다. 이것은 세계사의 특정 시기나 지역에서만 있던 일이 아니었다. 한(漢)나라를 괴롭힌 유목민 흉노, 미국 독립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던 식민지 민병, 20세기 초 아라비아의 로렌스, 마오쩌둥의 대장정, 알 카에다까지 그 모두를 묶을 수 있는 한 단어는 ‘게릴라’였다.

미국 군사사(史) 전문가인 저자는 5000년에 이르는 방대한 비정규전의 역사를 파헤치며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게릴라전은 약자의 보편적 전쟁 방식으로서 효과가 컸지만, 1945년 이후 성공 확률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반란군은 대부분 패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200년 동안 게릴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은 미디어를 이용한 여론 조성이며, 구태의연한 정규군은 여기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란은 대부분 오래 지속되며 신속하게 승리하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낳는다”고도 말한다. 군사학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