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

패트리샤 로버츠-밀러 지음|김선 옮김|힐데와소피|144쪽|1만4000원

“선동의 모든 특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대 상대편’의 구도로 세계를 나누는 것이다. 선동은 재밌다. 스스로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간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 작문학 교수로 20여 년간 ‘선동의 수사(修辭)’를 강의해오고 있는 저자는 선동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선동은 진실을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다. 우리처럼 ‘좋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명백한 진실이므로,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선동은 우리 집단의 ‘피해자화(化)’와 함께 나타난다. 저자는 독일의 위기를 강조하고, 유대인이란 공동의 적을 만들어냈던 나치가 이러한 선동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선동에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백신은 없지만, 저자는 “민주주의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사안이 너무 명백해 보이고 상대방은 터무니없는 말만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우리 또한 누군가의 메시지에 선동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번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