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들
므언 티 반 지음 | 빅토 가이 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32쪽 | 1만6000원
깊은 밤이었다. 어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가방에 음식과 물을 차곡차곡 담았다. 어린 동생들은 잠이 덜 깬 눈으로 엄마가 입혀 주는 옷을 껴 입었다. 기르던 개를 꼭 껴안은 채 소녀는 소원을 빌었다. 저 가방이 더 깊어져 더 많은 음식이 담기기를. 밤은 더 고요하고, 먼 길은 더 짧아지기를. 이 많은 사람들이 숨죽인 채 오르는, 엔진도 없는 작은 돛배가 더 안전할 수 있기를….
따뜻한 집, 배불리 먹을 음식, 가족과 함께 누리는 일상의 평화. 이 모든 것들이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전쟁터 우크라이나 사람들 고통을 보고, 끊임없는 탈북민들 호소를 들으면서도 남의 일이라 여기며 지나치고 만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 이 나라는 전쟁의 폐허였고 사람들은 굶주린 난민이었다.
작가는 1980년 베트남 남부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패망 월남 해군. 가족은 늘 숨어 지냈다. 다른 월남인들처럼 그의 가족도 구원을 바라며 망망대해를 떠도는 ‘보트 피플’이 됐다. 하지만 간절한 기도는 눈앞의 고난 앞에 무력했다. 잔잔하길 빌었던 바다는 험상궂게 요동치고, 뜨겁지 않길 소원했던 태양은 더위와 갈증으로 숨통을 조였다.
마음은 더 강해지고, 새로운 집은 더 가까워지기를 빌던 소녀는 마침내 소원한다. 이제 더는, 더 이상은 소원할 것이 없기를.
작가와 가족은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에 정착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엔 전쟁과 기후변화 등으로 고향을 등진 사람이 여전히 1억명(유엔난민기구, 2022년)을 헤아린다.
함께 책을 읽은 뒤엔, 새 삶을 소망하는 세계 곳곳의 난민을 돕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