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죄인 만들기

마크 갓시 지음|박경선 옮김|원더박스|420쪽|2만5000원

1979년 미국 조지아에서 한 여성이 강간당했다. 피해자는 다부진 남자가 덮쳤다고 했다. 경찰은 용의자 5명을 사진 한 장에 담아 피해자에게 보여줬다. 체형이 다부진 남자는 한 명뿐이었다. 그가 진범이었다. 그렇지만 피해자는 호리호리한 다른 남자를 지목했다. 무고했던 그 남성은 22년 동안 옥살이를 한 뒤에야 DNA 검사로 무죄방면됐다. 미국 연방 검사 출신 재심 변호사인 저자는 “기억 연구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한번 죄 없는 사람 사진을 보고 범인으로 지목하면 사진 속 얼굴이 진범의 얼굴을 덮어씌워 버린다고 한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호리호리한 남성 사진만 먼저 보여줬고, 피해자는 그가 범인이라고 했다.

무고한 죄인은 사법 제도보다도 인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피해자·목격자의 기억은 부정확하다. 수사기관의 편향과 직관은 눈을 가린다. 인간에게 ‘객관’이란 가능하냐는 생각에 서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