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은 기간에 딱 1개의 일만 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알게 된다. 답하려면 나 자신과 극도로 진실한 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개인의 삶에서조차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우선순위를 명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험난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지 않으려면 이 질문을 하고 또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리더가 있다. 프랭크 슬루트만이라는 낯선 이름의 네덜란드인이다.
그는 2020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중 역대 최고의 IPO(기업주식 공개) 기록을 세운 스노플레이크의 CEO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지금이 그가 맡은 3번째 CEO라는 것이다. 직접 창업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외국인으로서 경쟁적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2003년부터 20년 동안 CEO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왔는지를 말해준다. ‘한계없음’(한경BP)은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5가지로 정리한 최초의 책이다.
첫째, 기준을 높여라. 둘째, 기업과 조직문화를 정렬하라. 셋째, 초점을 좁혀라. 넷째, 속도를 올려라. 다섯째, 전략을 전환하라. 목차를 먼저 확인하고 눈에 밟히는 항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40년 커리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그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조언을 하지 않는다. 무뚝뚝하게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이다. “직원들이 일주일 뒤에 업무를 완료하겠다고 말하면 나는 내일이나 모레 완료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묻는다. 매 순간을 업무 속도를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같은 식이다.
슬루트만은 CEO의 임무는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라 적는다. 그래서 리더는 24시간 내내 불확실성, 초조감, 실패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사는 고독한 자리다. 지금 리더라면 실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나 혼자만 캄캄한 밤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맛보는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리더가 아닌 독자에게도 기업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