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내리는 밤
정유진 지음·그림 | 고래뱃속 | 44쪽 | 1만8000원
달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보름달이 둥글게 차오른 밤, 토끼가 먼저 마음을 냈다. “금세 닿을 것 같아. 조금만 더 높이 손을 뻗을 수 있다면.” 거북이가 다가와 키를 보탰다. 하마가, 악어가, 고릴라와 표범이, 보랏빛 작은 새가 함께 탑을 쌓았다. 코끼리와 기린, 이름 모를 수많은 동물도 모여들었다.
‘으쌰! 으쌰!’ 산속 동물들의 마음까지 황금색 달빛으로 물든다. ‘조금만, 조금만 더!’ 흘린 땀방울, 환한 웃음 가득한 신나는 달놀이다. 그런데 그때, ‘투둑’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동물들이 쌓은 탑이 비틀비틀 미끌미끌, 빗방울에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모든 노력이 원했던 결과를 낳진 않는다. 가닿으려 했던 곳이 높을수록 추락의 낙차도 크다. 때로는 그 좌절의 낙차가 자신뿐 아니라 함께 애썼던 이들까지 흔들지도 모른다. 소나기처럼 뜻밖의 장애물 때문이라면 아쉬움은 더 클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소중한 건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 그 마음으로부터 이 책의 따뜻한 기적은 시작된다. 소나기가 내려 고인 물 웅덩이로 그렇게 애써 가닿으려 했던 달빛이 내려온 것이다. 달빛으로 가득한 물 속에서 모두가 세상 가장 근사한 달놀이를 즐긴다. 그러고 보니 각자의 눈 속에도 동그란 달이 하나씩 담겼다. 달은 애초에 곁에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때론 먹구름이 몰려와 캄캄해지고 세찬 소나기도 맞겠지만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새 희망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하는 책. 작가는 “‘걱정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저의 무거워진 어깨를 토닥여 준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도 격려와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