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의 악기 상점’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이기도 하다. 문학과 음악을 넘나들며 슬픔의 미학에 대해 노래해 왔다. 최근 두 번째 시집 ‘소멸하는 밤’(현대문학)을 낸 그가 ‘애도의 마음을 갖게 하는 책’ 5권을 추천했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때는 누군가의 슬픔을 들여다보는 애도의 마음을 가질 때가 아닐까. 노은희 소설 ‘트로피 헌터’는 사랑하는 자의 삶은 내 옆에 결코 박제할 수 없기에 지금 살아있는 사랑을 끝없이 증명하게 한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우리 곁에 희미한 등불처럼 왔다 간 사랑의 영혼들을 다시 조용히 읊조리게 한다. 왕은철 교수의 ‘애도예찬’은 문학의 다양한 얼굴들의 애도를 보여준다. 김숙영 시집 ‘별들이 노크해도 난 창문을 열 수 없고’ 는 서늘하고 따뜻한 문장의 온도들이 애도하는 자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에서 한 사람이 사라진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인간이 슬픔으로서 완성될 수밖에 없는 사유들이 잎사귀에 투과된 빛들처럼 흔들린다.

우리는 지금 애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질 때, 우리의 눈에서 맺히지 않을 뿐, 우리의 심장 속에서 여전히 함께 살아 숨 쉰다. 내게 머문 눈빛들이 더 이상 겨울에 머물지 않기 위해 물기 젖은 빛들을 두 손 안으로 모아본다.


정현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