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강문종·임현아·이후남 지음ㅣ민음사ㅣ340쪽ㅣ1만9000원
“훗날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아버지 대신 군대에 가려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자 자발적으로 군에 지원한 여성. 참전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적의 계책을 미리 알아채는 뛰어난 지략과 전장을 진두지휘하는 대담함으로 군의 참모까지 승진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마치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원입대한 여군들의 뉴스를 읽는 듯하다. 징병제가 아닌데도, 조국을 위해 기꺼이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들의 위대함도 역사가 기록하겠지만, 위의 사례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조선에서 활약한 여인 ‘부랑(夫娘)’. 조선 인조 2년인 1624년에 일어난 ‘이괄의 난’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운 ‘숨은 영웅’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학 연구자인 저자들은 역사와 고전소설을 통해 조선의 여성을 새롭게 바라본다. ‘요조숙녀’ ‘현모양처’ 등을 강조했던 조선 시대에, 그녀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스른 ‘요즘 언니’ 같다. 억압할수록 강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