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마음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 노만수 옮김 | 글항아리 | 496쪽 | 2만6000원

인간은 왜 산에 오르는가. 누군가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등산은 18세기 유럽에서 지질학이 발전하면서 시작된 ‘근대적 행위’다. 인류는 대부분 그 전까지 산을 ‘악마가 살고 있는’ 공포와 미지의 대상으로 여겼다. 지구의 나이를 밝혀내기 위해 산을 탐험하기 시작한 학자들 뒤를 따라 산행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비로소 인류는 산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질학은 많은 등산가가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산에 오르는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알프스,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을 등정한 영국의 산악인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자신의 등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등산의 매력을 밝혀낸다. “행복은 고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조적 사색에서 온다. 공간의 장엄함을 느끼게 하는 산봉우리에서의 조망은 개인의 영혼을 고무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비교적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한다. 등산가들은 산꼭대기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한편, 자아를 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