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것은 보이는 것에 현혹돼 판단을 흐리지 말라는 뜻. 그러나 정의감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맹목적(盲目的)으로 자신의 정의만 추종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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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참 무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 보고는 차마 못할 말들을, 익명 뒤에 숨어 인터넷 댓글로는 가감없이 퍼부어대죠. 훈계, 비판, 비난 같은 거요. 자신만 정의롭다 생각하고, 그 정의로 남을 임의로 처벌해도 된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참으로 무섭고 슬픈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 속에 분노가 가득 차 화풀이할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 희생양은 대부분 인터넷상에 정보가 많이 공개된 유명인이 됩니다. 일본의 분노 관리 전문가가 쓴 ‘정의감 중독 사회’는 분노를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이들이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 아래 남들을 공격하는 세태를 분석합니다.

[쉽게 불타고 쉽게 잊는 당신… 그걸 ‘정의’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을 책장에 도로 두고 대신 다이어트 특집이 실린 잡지 앙앙을 사서 돌아가기 위해 잡지 매대로 갈 참이었다. ‘그 책 안 사시나요?’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네?… 아, 그게….’ 갑작스러운 일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면 좋을 텐데.’ 그 사람은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

나카야마 가호 장편소설 ‘흰 장미의 심연까지’(은행나무)의 한 장면. 주인공 도쿠코는 퇴근길 들른 서점에서 소설 한 권을 들춰봅니다. 다음에 사기로 하고 돌아서는데 젊은 여자가 나타나 책을 사라고 권하지요. 얼떨결에 책을 산 도쿠코, 귀가하려는데 비가 쏟아집니다. 우산을 씌워주는 아까의 그 여자. 알고 보니 그 소설을 쓴 작가 루이였고,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들어 파멸에 가까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2001년 뛰어난 이야기꾼에게 주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습니다. 동성애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 때문인지 국내에는 최근에야 소개되었어요. 도쿠코가 서점서 루이를 만나는 장면을 읽으며 교보문고에서 진행중인 ‘몰래 온 작가’라는 이벤트가 떠올랐습니다. 작가들이 서점서 자기 책을 살펴보고 있는 독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책에 사인을 해 선물하는 행사인데 소설가 최은영, 박상영, 이슬아 등이 참여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은 보통 강연회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경험에 즉흥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교보문고측은 밝혔습니다. 작가들로부터 누가 자기 책을 사는지 궁금해 매대 근처를 서성인다는 고백을 종종 듣습니다. 서점에 가시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놓인 매대를 살펴보세요. 어느날 작가가 불쑥 다가와 말을 걸지도 모르니까요. 사랑에 빠질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그 만남만으로도 소설의 한 장면같지 않은가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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