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하는 뇌

다이애나 도이치 지음 | 박정미·박종화 옮김 | 에이도스 | 404쪽 | 2만2000원

“닭고기 아줌마~.” 1994년 가수 성진우가 발표한 신곡 앞부분이 이렇게 들린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 실제 가사는 ‘다 포기하지 마’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2008년 ‘말하는 팅키 윙키 인형’이 ‘난 총을 갖고 있다(I got a gun)’고 말한다며 소비자들이 판매 중단을 요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인형에 내장된 소리는 ‘다시, 다시(Again, again)였다. 우리가 어떤 말을 들을 때 인식하는 단어와 구(句)는 도달하는 소리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지식, 신념, 예측에 따라서도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국 출신 음악 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뇌가 착각과 왜곡을 일으키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듣고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지각(知覺)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다르게 듣고, 친숙한 언어와 사전 지식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다. 주의와 집중, 기대와 예상, 정서, 다른 감각, 무의식적 추론에 따라 착청(錯聽)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결국 독자들은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진리의 상대성까지도 깨닫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