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 책을 만들고 책을 쓴다. 출판 편집자로서 책을 기획하고 저자들을 만난 경험을 담은 ‘읽는 직업’(2020)을 썼다. 최근엔 주변 사람들의 간난한 삶을 곡진하게 살펴 자신의 책 읽은 경험과 엮은 서평집 ‘살아가는 책’(마음산책)을 출간했다. 평범한 삶의 궤도에서 누락된 이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그가 ‘누락된 것들을 응시하는 책’ 5권을 꼽았다.

제목저자출판사분류
투명한 힘캐슬린 스튜어트밤의책인문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시몬 베유리시올철학
아카이브 취향아를레트 파르주문학과지성사인문
빌러비드토니 모리슨문학동네소설
물질적 삶마르그리트 뒤라스민음사에세이

‘투명한 힘’에는 일상의 실패를 견디거나 만회해보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눈빛이 따뜻하거나 공격적인 노인, 걱정에 싸여 불안을 옷처럼 걸치고 다니는 여자, 자동차 회사에서 동료들을 해고하는 살 떨리는 임무를 맡은 남자…. 저자는 삶의 안전한 장막이 약간 찢겨 있거나 너덜너덜해진 사람들을 사회과학의 언어이자 시의 언어로 포착해낸다.

내게 1년 혹은 10년 후엔 어떤 미래가 덤벼들까?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좋은 접촉과 불쾌한 접촉 모두에 부딪혀 “가까스로 모면한 충격들에 맞춰”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거리에서 비극적 인물들을 마주칠 때 우린 과잉 경계를 하면서도 그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취약한 몸을 이끌고 기어이 삶과 연결되고 궤도에 오르고자 노력할 것이다. 거기서 바로 애쓰는 주체가 탄생한다.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