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본(破本) 아닌가요?”

이 책을 펼쳐보면 십중팔구 튀어나오는 말이다. 소설 1장을 펴면 위아래가 거꾸로 인쇄돼 있다. 2장에 가면 바로, 3장은 다시 거꾸로 돼 있다.

초장부터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이 책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일본 추리 소설 ‘N’(북스피어)이다. 1·3·5장은 거꾸로, 2·4·6장은 바로 인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6개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읽느냐에 따라 감상도 엔딩의 여운도 바뀐다. 독자가 습관적으로 1장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지 않도록 인쇄를 달리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산술적으로 720가지(6×5×4×3×2×1). 출판사는 ‘체험형’ 소설이라고 홍보한다. 독자가 책과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참여하기 때문이다. 각 장의 핵심 사건이 등장하는 1쪽짜리 맛보기 페이지를 읽고 어떤 순서로 읽어나갈지 정하면 된다.

여섯 개의 장은 각각 독립적인 단편 미스터리다. 영어 회화를 못하는 영어 교사, 전국대회 출전을 꿈꾸며 연습에 매진하는 고교 야구 투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제자의 탈선을 막으려는 중학교 교사, 아일랜드에서 임종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자취를 감춘 반려견을 찾는 형사가 각 이야기의 화자로 등장한다. 각 단편은 서로 연결성을 가지고 있어 모두 읽으면 한 편의 장편소설이 된다. 비선형적인 루프형 구조의 소설이다.

저자 미치오 슈스케(48)는 2011년 일본 나오키상을 받았고,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2004년)은 100만부 이상 팔린 인기 미스터리 작가다. 왜 이번 책에서 독특한 시도를 했을까. 그는 “넷플릭스 같은 경쟁자와 싸우려면 소설이 더 재밌어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독자가 떠나는 것을 탓하지 말고, 독자가 찾아오도록 온몸을 비틀어보자는 것. “어느 업계든 고객이 줄어들면 상품을 개량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책에 대해서만은 책을 안 읽게 된 사람들이 나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풍조가 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독자들이 오지 않을까.”

/북스피어 미스터리 소설 'N' 표지. 어디서부터 어떤 순서로 읽을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chihiro. 일본 미스터리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