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여우 목도리

유지우 지음·그림 | 봄볕 | 64쪽 | 1만8000원


소녀는 숲속에서 혼자 떨고 있던 아기 여우를 발견했다. 아무리 지켜봐도 엄마 아빠 여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대로 버려둘 수는 없었다. 여우를 꼭 안고 집에 데려왔다.

아기 여우는 조금씩 건강해졌다. 하지만 늘 바깥 세상을 그리워했다. 소녀는 여우를 목도리인 척 목에 두르고 나가 봤다. 사람들이 저마다 죽은 여우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걷는 바깥 세상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안 돼!” 소녀는 여우를 끌어안고 달렸다. 사람들이 아기 여우를 못 봤기를, 아기 여우가 죽은 여우들을 못 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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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살아간다. 살아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하지만 욕심을 채우려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오직 금빛 목도리를 얻으려 여우를 죽이고 또 죽였다. 다른 많은 생물처럼 야생 여우도 멸종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책 속 사람들은 목도리 욕심을 부끄럽게 여기고 여우 사냥을 멈출 만큼 현명했다. 이제 안전하다고 여겨졌을 때, 소녀는 여우를 안고 숲으로 간다. 그때 강 건너편에 또 다른 여우를 데려온 소년이 나타난다. 책을 뒤집어 뒤에서부터 읽으면, 소년과 또 다른 여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는 책의 한 가운데에서 하나의 결말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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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강물이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곳에서 두 여우는 숲속 강가를 함께 뛰논다. 핸드폰 증강현실 앱으로 비추면 두 여우가 살아 숨쉬는 듯 움직이고, 진짜 해피 엔딩이 기다린다. 부모 잃은 새끼 여우를 돌봤던 예쁜 마음이 하나로 만나 일으킨 작은 기적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나면, 불필요하게 희생되는 생물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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