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한빛비즈)는 필진만으로도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퓰리처상 수상자인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 ‘머니볼’과 ‘빅숏’을 쓴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 논쟁을 몰고 다니는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데’ 하는 우려는 접어두시길. 이 책,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어떤 단행본 기획이 이런 스타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을까. 책의 주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의 다양한 현장과 그 의미다. 아무래도 의미를 분석하는 글보다 현장을 전하는 르포와 인터뷰에 더 점수를 주게 되는데, 특히 미국 5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의 몰락 과정이나 나라 전체가 망하다시피 한 아이슬란드의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하다.

장강명 소설가

월가의 거물들에 대한 초상도 흥미롭다. 세계 최대 보험사였던 AIG를 위기에 빠트린 조셉 카사노 이야기는 블랙 코미디 그 자체다. 반면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금융 위기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폴슨에 대해서는, 정책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그 처지나 판단을 둘러싼 고뇌가 충분히 이해가 가며 연민의 마음마저 인다. 번역본으로 708쪽인 이 책에서 4분의 1 가까운 분량이 버나드 메이도프 사기 사건을 다루는데,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 입체적 비극 작품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금융 위기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보다 더 큰 질문, 예컨대 ‘금융이란 무엇인가’ 혹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그 답변을 얻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것 하나는 분명히 알게 된다. 숫자가 거대한 금액 앞에서 사람들은 현실감을 잃는다. 그래서 논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한심하고 기괴한 짓을 저지르고야 만다. 탐욕에 빠져 눈이 멀었다며 당사자를 비판하기야 쉽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시스템 전체가 사람들을 탐욕에 빠뜨리며, 바로 그 탐욕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