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2004년 데뷔 이후 ‘비평가’ ‘마우스피스’ 등의 연극 무대에 섰고, 영화 ‘지옥’,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 등 작품에서 연기했다. 타인의 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단련해왔다. 4년여간 배우 스물다섯 명을 만나 연기를 묻고 답한 인터뷰집 ‘배우와 배우가’(안온북스)를 최근 펴낸 그가 ‘삶의 경계에 도전하게 하는 책’ 5권을 골랐다.
위 다섯 권은 2022년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1인극을 준비할 때 읽은 책이다. 이 1인극은 새벽 서핑을 다녀오는 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다른 도시에 사는 50대 심근염 환자 클레르에게 이식되기까지 24시간을 다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나는 무대에서 20명이 넘는 인물, 기계와 같은 사물, 파도와 같은 자연물과 접속해야 했다. 이 실시간 접속을 통해 배우와 인물 사이, 무대와 객석 사이, 허구의 실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극장은 생명이 우글거리는 변신 가능한 장소가 된다. 하지만 공통성에 기초한 분류 체계, 언어라는 인식 체계, 심지어 직관까지도 경계를 나누고 편을 가르는 쪽으로 작동하기 십상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류’라는 범주가 과학 분류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하지만 엄연한 ‘과학적 진실’을 전달하면서, 자서전과 과학서를 넘나드는 기발한 방식으로 ‘모든 범주는 허상’이라는 명제를 설득한다. 어안이 벙벙하도록 신선한 이 명제에 기대어 인물 간의 경계를, 사람과 사물 사이, 사람과 자연물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넘나들 수 있었다. 이 경계 흐리기 연습을 통해 나는 사람, 여자, 40대, 배우, 아내 등의 범주에서도 힘껏 탈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