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길상효 지음 | 조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48쪽 | 1만5000원
아이와 강아지는 늘 함께였다. 한 살일 땐 강아지도 아이도 꼬물꼬물 어린 아가. 둘 다 칭얼대며 놀 때보다 곤히 잠든 시간이 더 길었다. 두 살이 된 강아지는 제법 다리 힘이 생겨 폴짝폴짝 뛴다. 아이는 그 옆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뗐다. 세 살이면 이미 어엿한 어른 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 곁에서 장난을 걸었다. 해변에서 함께 뛰놀던 네 살, 앓아 누운 아이의 침대 곁을 끙끙대며 지켰던 다섯 살…. 쌓이는 시간만큼 아이와 개의 우정도 깊어진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 앞에 ‘반려’라는 말을 붙인다. 한 가족처럼 애틋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목숨의 시간이 생명마다 달리 흐른다는 걸 종종 잊는다. 십여 년이면 아이는 어린 티를 조금 벗을 뿐이지만, 반려견은 늙고 병든다.
돌아보면 다 어제 일 같다. 유치원 통학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 품에 안기던 모습, 공책을 찢어 놓곤 우는 아이 곁에서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던 모습…. 열 살이 넘은 아이는 처음 갖게 된 스마트폰에 마음을 뺏겨 놀아 달라 조르는 개를 못 본 척했다. 개는 그런 아이의 책상 곁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렇게 한 해 또 두 해, 모든 기억을 뒤로하고 이별해야 할 순간은 마침내 온다.
열다섯 개의 추억 장면에 붙인 ‘한 살’ ‘두 살’ 외에 다른 텍스트가 없는데도 그림만으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사는 동안 개의 시간이 한결같이 아이를 향했듯, 어른이 된 아이의 시간은 한결같이 개를 향해 있다. 추억 속에서 그 둘은 영원히 이어진 동갑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나고 자라서 죽는 생명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