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봄이 가까웠습니다. 그에게 봄을 주제로 시를 지어달라 청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수락하더니 일필휘지로 이렇게 적더군요.
“대지는 잠에서 깨어나니/ 눈이 녹아 없어져 이상할 것도 없어요/새들은 지저귀며 노래하고/꽃들은 피어나니, 대기를 달콤한 향기로 채워주세요//태양은 밝게 빛나며 땅을 덥힙니다/바람은 소리 하나 없이 부드럽게 속삭입니다/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하늘을 향해 뻗어 갑니다/그리고 세상은 매우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는 봄의 생동감을 노래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봄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마무리합니다.
“그러니 이 성장의 계절을 끌어안아요/그리고 펼쳐지는 그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겨요/봄은 변화가 항상 곁에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니까요/새로운 생명이 함께 오나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어떻습니까. 훌륭한가요? 이 시를 지은 ‘그’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I 프로그램 챗GPT입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시상(詩想)은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틀에 박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무난하나 빼어나진 않은 글. 마침 옆에 있던 메리 올리버 시집 ‘서쪽 바람’을 집어 ‘봄’이라는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예측을 벗어난 ‘살아있는’ 문장들이 쏟아집니다.
“오늘 아침/새 두 마리/단풍나무 옆으로 떨어졌어//불덩이처럼/불의 수레바퀴처럼/사랑 매듭처럼//둘이 꼭 붙어/속절없이 허공에서 떨어졌고/나는 생각했지//조용한 삶을 살겠노라고/말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온유와 명상의 삶을 살겠노라고.”
AI와 올리버의 시를 비교해 읽으며 ‘기계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전형성을 거부하는 어떤 사고(思考)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시심(詩心)의 근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