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티시

어맨다 몬텔 지음|김다봄·이민경 옮김|아르테|344쪽|2만4000원

1978년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북서부의 존스타운. ‘인민사원(People Temple)’이라 불리는 컬트(cult·광신적 종교) 집단 신도 900여 명이 독이 든 과일 음료를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인민사원은 195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종교 집단. 교주 짐 존스는 백인 우월주의가 잠식한 미국서 벗어나 사회주의 낙원을 일궈야 한다면서 1974년 남미로 이주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찾아 남미로 간 이들이 집단 자살을 감행한 건 신도들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고 학대한 사실이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존스는 신도들을 자살로 내몰았고 이후 자신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어떻게 900여 명이 단 한 명의 교주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일이 가능했을까. 미국 언론인이자 언어학 연구자인 저자는 ‘말의 힘’에서 이유를 찾는다. 모든 컬트 집단에는 ‘독자적 언어’가 존재하며, 그 언어는 구성원들의 세계관을 매우 효율적으로 ‘구루’의 틀에 맞춘다는 것이다.

타고난 언변술사인 존스가 신도들에게 주입시킨 가장 효과적인 캐치프레이즈는 ‘혁명적 자살’. “혁명적 자살만이 비인간적인 세상에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존스의 말이 곧 인민사원의 교리였다. 신도들은 속세의 권력자들에게 항거하기 위한 ‘혁명’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교육받은 멀쩡한 사람들이 왜 착취적인 컬트 집단에 빠져드는가? 저자는 “집단의 리더들이 교묘한 언어를 사용해 구성원들을 현혹하고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에 따르면 전형적인 ‘컬트’ 언어는 이런 특성을 가진다. “당신은 선택된 사람”이라며 구성원들이 자신이 특별하고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만든다. ‘우리 대 저들’이라는 이분법을 만들어 집단 바깥의 세상을 적으로 규정한다. ‘죄악’ ‘나태’처럼 듣기만 해도 두려움이나 죄책감, 분노 등을 촉발하는 말로 행동을 조종한다. “다 신의 뜻이야”라는 말처럼 비판적 사고를 억제해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컬트 언어’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비단 사이비 종교의 영역만이 아니다. 피라미드 사기를 일삼는 다단계 판매 조직도 컬트 언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특히 ‘가짜 페미니즘’ 선동 언어가 다단계 조직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주로 중산층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 조직의 슬로건은 늘 여성주의를 가장하고 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 ‘자기 자신의 보스’가 되어 ‘독립적인 사업을 시작’해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풀타임 못지않게 수익을 올려’ 늘 갈망하던 ‘경제적 독립’을 이룩하라”는 것.

어떤 사람들이 컬트 언어에 현혹되는가? 저자는 “컬트 집단이 ‘심리적 문제’가 있는 개인을 노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 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컬트 포교자들은 ‘선량하고, 서비스 정신이 있으며, 예리한 사람들’을 겨냥한다. 사람들을 착취적 집단으로 끌어들이는 건 정신질환이 아니라 ‘과도한 낙관성’이다. “다단계 판매 조직의 이상적인 신입 회원은 경제적 안정을 간절히 추구하는 동시에 삶에서 확고한 신념과 낙관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이다.”

2010년대 이후 젊은이들이 기성 종교와 주류 의학을 외면하면서, 일부 피트니스가 또 다른 ‘컬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신체적·영적 공허를 채우기 위해 피트니스 스튜디오로 모인다. 좋은 향기가 나는 어두운 방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고 여러 명이 모여 실내 자전거를 타는 ‘솔 사이클(soul cycle)’이 대표적인 ‘컬트 피트니스’. 강사는 자전거가 ‘언덕’을 오르며 신체가 극한에 달할 때 “나는 비할 바 없이 강하다”처럼 참가자들이 영적 고양을 경험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회원들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치유받는다. 2020년 말 미국에서는 종교적 언어를 자유자재로 쏟아내 신처럼 숭배된 솔 사이클 인기 강사들이 편애하는 회원과 아닌 회원 간 위계를 세우고, 회원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의 스캔들이 터졌다. 컬트 지도자들의 ‘전형적’ 타락이었다. 현대의 또다른 ‘교주’로 군림하는 일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도 비슷한 궤적을 따른다.

‘광신(狂信)’이라는 주제를 ‘언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책. 종교, 다단계 판매, 피트니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의 세부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매끄럽게 해석했다. 박진감이 넘치는 서술 덕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컬트 언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명시되지 않은 건 아쉽다. 원제 Cult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