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마거릿 생어 지음|김용준 옮김|동아시아|280쪽|1만6000원

“여성은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혼자서 죽음의 계곡을 넘나든다. 남성이든 국가든 이 시련을 강요할 권리는 없으며, 시련을 감내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다.”

마거릿 생어(1879~1966)는 1920년 발간한 이 책에 이렇게 썼다. 간호사 출신 여성운동가인 그는 ‘피임의 선구자’ 소리를 듣는다. 20세기 초 미국 주 대부분에선 피임 방법을 전파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피임이 기독교 교리에 위배된다 여겼기 때문. 여성들은 가축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다. 키울 형편이 안 돼 몰래 낙태했고, 영아 살해도 빈번했다. 그렇지만 피임은 전적으로 남성의 금욕에 달려 있었다.

생어는 1916년 브루클린에 피임 클리닉을 열었다. 징역형을 살았지만 여성 스스로 출산 통제가 가능할 때 ‘자발적 모성’을 바탕으로 여성 해방이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한 책. 도발적이고 우렁차지만 피임을 우생학과 결부한 관점은 시대의 한계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