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
정소영·성명훈 지음ㅣ니케북스ㅣ 260쪽ㅣ1만8000원
고대에도 요즘 말하는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가 인기였을까. 아름다운 여인을 멸치에 비유했다고 한다. 창백한 색과 날씬한 몸, 큰 눈 때문이란다. 제사 의식과 무관한 먹거리였기에 고대 아테네에선 생선은 쾌락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세속적 욕망을 절제하는 표식이었다. 생선에 대한 탐닉은 곧 여인에 대한 욕정과, 도덕적 부패, 정치적 타락과도 관련됐다.
사회학자 정소영과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성명훈 교수는 샐러드·고기·생선·탄수화물·소금 등 ‘맛’의 재료를 통해 미식이 문화로 정착하는 과정을 짚어낸다. 식탐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탐식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규정한다. 최근엔 ‘신경미식학’ ‘미식물리학’까지 등장했다. 맛은 혀나 뇌에 좌우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류를 통해 얻어지는 즐거움에도 영향을 미친다. 맛은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환기하는 기억과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맛은 과학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경험이 버무려진 개인의 맛으로 정착하는 건 철학의 차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