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양화가 황주리(65)씨는 한 남성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미국인 외과 의사라고 했다. 전쟁과 테러 분위기를 그는 전해왔다. “그쯤 그런 메시지들이 유행이었고, 나중에 보면 다 거짓말이고 얼굴 보러 한국에 오겠다, 사랑한다, 그러다가 돈을 빌려달라 한다는, 소셜미디어 사기를 조심하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상상을 멈추지는 않았다. “스쳐간 인연의 뼈대에 상상의 살을 붙여 서간체 소설을 써 내려갔다.”
글쟁이 화가로 유명한 황주리씨가 5년 만에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을 펴냈다. 실제 황씨가 1987년 처음 뉴욕에 건너갔을 당시 봤던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중심 소재로 먼 곳의 남녀가 편지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작가 고유의 화풍으로 직접 그린 흑백 그림이 글과 함께 “현실을 넘어선 초현실적 대화”를 완성한다.
“그저 사랑은 명멸하는 불꽃 같은 거라고. 하나씩 둘씩 꺼져가다 드디어는 캄캄한 순간이 오고야 말 생의 불꽃 같은 거라고. 그러니 춤도 사랑도 삶도 캄캄해질 때까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