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괴물, 강남 미인, 의자매…. 성형 수술을 한 여성들은 이런 말들로 폄훼된다. 임소연 교수는 “성형 후 환자들은 육체적·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지만, 사회는 이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하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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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부산에서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돌베개)를 쓴 임소연 동아대 교수를 만나고 돌아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임 교수는 과학기술연구자로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한국 성형 기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죠.

그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3년간 청담동 성형외과 코디로 취직해 일했고, 연구의 마지막엔 직접 양악수술을 받았습니다.

참여관찰을 중시한 프랑스 학자 브루노 라투르의 방법론을 따랐고,

성형수술이라는 ‘블랙박스’ 안의 모든 걸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이 직접 수술대에 올랐다고요.

그는 이 참여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이번에 그를 에세이 형식으로 개작해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를 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성형수술에 대해 그간 가지고 있던 편견을 부숩니다.

예뻐지고 싶어 하는 수술이니 수술 당사자를 비난하고,

그들의 수술 예후에 대해서는 ‘치료’가 아니라 ‘미용’을 위한 것이니 예후가 좋지 않더라도 본인이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그런 선입견이 환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폭력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자는 그런 선입견 때문에 수술 당사자의 경험이나 사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성형수술은 가장 오래된 ‘인간향상’ 기술이며, 우리는 더 이상 ‘이게 옳은가’라는 윤리를 논하기보다는

과학기술 자체의 효과를 논의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요.

그러게요.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에서,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해 수술받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 여성이 서구 여성의 외모를 따라하려 한다고 비난받아왔지만

요즘 한국 여성들은 서구 여성이 아니라 더 예쁜 한국 여성을 닮고 싶어하며,

2010년 무렵부터 양악수술이 유행하면서 성형의 패러다임이 ‘큰 눈과 오똑한 코’에서 ‘단정한 입매’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흥미로왔습니다.

[과학기술 연구자, 성형외과 코디로 취직해 양악수술 받기까지]

마감하려 책상 앞에 앉았다가 허리가 슬슬 아파질 때쯤 이 문장을 읽고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에세이 ‘늙었으면서 늙은 것을 모르고’를 쓴 사람은 소설가 백민석(51).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작가 23명에게 의뢰한 글을 엮은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 실렸습니다.

백민석 장편소설 ‘목화밭 엽기전’이 대학 도서관에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들보다 먼저 빌려보려 달려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00년이었죠. 당시 ‘도발적인 젊은 작가’라 불리던 백민석이 늙음을 논하는 글을 읽고 있자니 세월의 흐름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백민석은 지난해 어느 대학원생으로부터 ‘전업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은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지금은 나 같은 근대문학을 하는 작가에게 인터뷰를 청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웹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인터뷰를 청하게 될 거예요”라고 했더니 그 학생이 화들짝 놀라면서 자기들 말고 다른 팀은 이미 웹소설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는군요.(요즘은 제도권 문학을 하는 작가를 ‘근대문학 작가’라 부른답니다.)

시대에 뒤처진 것만 같은 씁쓸함을 백민석은 이렇게 달래 봅니다.

소설가의 육체는 쇠했을지 몰라도, 재기발랄한 문장만은 늙지 않았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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