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2012년 단편소설 ‘치킨 런’으로 등단한 뒤 이듬해 첫 장편소설 ‘중앙역’을 펴냈다. ‘9번의 일’ ‘불과 나의 자서전’ 등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2017년 발표한 ‘딸에 대하여’가 16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심리상담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경청’(민음사)을 펴낸 그가, ‘영화보다 더 좋은 원작 소설’ 5권을 추천했다.
나는 원작인 소설이 늘 영화보다 좋을 거라고 믿는 편이지만 그것이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믿음에 확신을 주는 소설은 정말 많고,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 또한 너무나 문학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환상의 빛’ 주인공 유미코는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한 남편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다. 그녀의 삶은 남편의 죽음 이후로 옮겨간 듯 보이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이 자살한 이유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던 유미코가 마침내 발견하는 건 먼 바다의 빛나는 한 부분이다. 소설은 그 모습을 실감 나는 영상으로 재현하는 대신, 우리가 한 번쯤 삶에서 마주했던 각자의 ‘환상의 빛’을 그려보게 만든다. 한순간 ‘사람의 혼을 빼앗을 수 있는’ 위험하고 연약한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지극히 문학적인 방식인 동시에 문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