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생존

에드워드 글레이저·데이비드 커틀러 지음 |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632쪽 | 2만8000원

“도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하버드대 교수로 도시경제학을 연구하는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2011년 펴낸 ‘도시의 승리’(원제 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학자다. 그 이전까지 도시를 둘러싼 지식인 사회의 담론은 도시를 주로 ‘빈곤과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글레이저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사람들이 밀집하는 도시엔 아이디어와 기술이 모이고, 도시의 삶은 결과적으로 인간을 풍요롭게 한다.” 도시의 긍정적 측면을 입증한 그의 저서는 도시화와 도시 개발 문제를 논하는 대표적인 명저로 남아있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도시의 ‘승리 선언’ 이후 약 10년 만에 나온 후속작은, 자신이 예찬했던 도시의 ‘밀집성’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혁신의 원천으로 지목했던 도시의 인접성과 혼잡함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도시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인이 된 것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동료 교수이자 보건경제학자인 데이비스 커틀러와 함께 앞으로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한다. 빈곤, 교육, 젠트리피케이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시의 생존 조건은 ‘공중 보건’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도시에 남긴 상흔을 분석한 저자들은, 전염병이야말로 앞으로 미래 도시들이 집중 대비해야 할 우선 과제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는 방콕 시민들의 모습. 저자들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짚으며, “현대 도시 생활에 있어 가장 뚜렷한 위협은 전염병”이라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도시는 과거보다 오히려 전염병에 취약해졌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면 서비스업 위주로 도시의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세계화로 도시 간 이동이 증가하면서 전염병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 특히 경제 분야에서 그렇다.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페인 독감’은 최대 50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냈지만, 저자들은 “경기 하강의 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 기간도 짧았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약 100년 뒤 발생한 코로나는 인명 피해 외에도 심각한 경제 피해를 야기했다. 미국의 레저업 및 접객업 일자리는 2020년 11월 기준 20%가, 영국의 대면 서비스 부문 일자리는 약 15%가 사라졌다. 그동안 쇠퇴하는 도시의 이유는 주로 ‘탈산업화’에 있었다. 자동화된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며 쇠락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 중서부의 공업지대)가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도시의 체질이 변화한 현재는 코로나와 같은 보건 위기가 도시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말이다.

오늘날 전염병은 한 번 쓰러지면 재기(再起)가 힘든 사회적 약자를 먼저 덮친다는 것도 과거와 다른 현대 도시의 취약점이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에도 미국의 금융업 종사자들 중 7%만이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여가 및 접객 부문에선 노동자 40%가 일자리를 잃었다.” 직종 차이는 학력 차이와도 관련이 깊다.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취업자의 3분의 2가 재택근무를 했지만, 고등학교 중퇴자 중에선 재택근무 비율이 5%였다.” 한국 역시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재택근무가 불가능했던 육체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이었다. 오늘날의 팬데믹은 회복이 어려운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저자들은 공공 보건 시스템을 유지∙발전시킬 강력한 정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 도시는 필연적인 공간이다. 모든 도시인이 전염병을 피해 재택근무를 할 수 없을뿐더러, 사람들은 “사무실 내 동료들과의 우연한 소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대면 근무를 할 때 갈등 역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76%, 한국인 중 91%가 도시에 거주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전염병으로부터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의 강력한 결속을 가진 ‘글로벌 보건동맹’”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말이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선 전염병의 발생을 알리고 신속히 방역망을 설치해야 할 주체가 필요한데, 지금의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 대한 조사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 저자들은 각 주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바로 주(州)정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보내는 미국의 시스템을 예로 들며, 이를 “국제적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책을 쓴 시기는 2020년이다. 엔데믹을 바라보는 현재 시점엔 이들의 주장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구조적으로 전염병에 취약한 형태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전염병을 교통 체증과 같은 도시 문제 중 하나로 이해해선 안 된다. 공중 보건 부문의 역량이 줄어든다면, 우리 역시 언제든 서구권의 다른 도시들과 같은 ‘실존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다. 우리 역시 2022년 초 코로나가 재확산되며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을 둘러싼 논쟁으로 많은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했다. 언젠가 다시 쓰나미처럼 덮쳐올 팬데믹에 대비한 둑을 지금부터 쌓아두어야 한다. 원제 Survival of the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