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세계

마틴 스티븐스 지음ㅣ김정은 옮김ㅣ반니ㅣ328쪽ㅣ1만9000원

일부 메기 종(種)은 몸 전체가 미뢰로 덮여 있다. “헤엄치는 혀”인 셈이다. 탁한 민물에서 시력은 쓸모가 없으므로, 물에 녹아 있는 아미노산에 반응해 먹이를 감지하는 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의 10배인 10만여 개 맛 수용체를 지닌 얼룩메기가 미식가라면, 쇠똥구리는 천문학자다. 밤하늘의 특정 별빛으로 방향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2013년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 별빛은 은하수였다.

영국 진화생태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초능력 이야기다. 극도로 예민한 자연의 감각을 그러나 둔감한 인간이 온갖 공해로 망치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철저히 망가뜨리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동물의 월등한 지각 능력을 역이용해 고통을 줄이는 방안도 고안되고 있다. 이를테면 2000년 한 해 어망에 걸린 바다거북만 25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자외선을 볼 수 있는 놀라운 시력을 이용해 그물에 자외선 LED를 설치하자 포획된 거북이 40% 정도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