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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纏足)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항상 왕룽의 가여운 아내 오란이 생각납니다. 펄 벅 소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중매를 통해 아내를 맞아들입니다. 얼굴이 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처음엔 생각하지만, 이내 전족하지 않은 아내의 큰 발을 보고 실망하지요. 아내 오란은 어릴 때부터 여종으로 팔려다니느라 발이 자라기 전에 묶을 틈이 없었거든요. 아내의 큰 발을 못마땅해하던 왕룽은 세월이 흘러 부자가 되자 소원대로 자그마한 발을 가진 기생첩을 맞아들입니다. 큰 발 때문에 한이 맺힌 오란이 딸의 발만은 어떻게든 묶어주려고 애쓰던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 납니다.
지난주 Books에 소개한 ‘문화와 폭력’(글항아리)은 중국계 미국인 역사학자 도러시 고가 전족을 주제로 쓴 책입니다. 1900년대 초 중국의 ‘반(反) 전족 운동’으로 시작해 전족의 기원과 역사, 문화적 함의, 등을 짚은 책이죠.
기존 학계는 전족을 푸는 것을 ‘여성해방’의 측면에서 바라봤지만, 저자는 이러한 단선적 해석을 경계합니다. 그는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전족 한 여성이 ‘적폐’로 취급되던 상황, 전족을 풀어도 이미 기형적으로 굳어버린 발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애달픈 현실에 초점을 맞추지요. 500쪽 넘는 책을 통해 저자는 말합니다. 어떤 여성의 자존은 또 다른 여성의 희생으로 지켜진다고. 이 책을 읽다보면 ‘정치적 올바름’이란 과연 절대적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책의 원제는 Cinderella’s Sisters. 큰 발 때문에 유리구두가 맞지 않아 신분상승을 하지 못했던 신데렐라의 ‘언니들’일 수도 있고, 작은 발을 유리구두에 구겨넣어야 했던 신데렐라의 ‘자매들’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전족 여성들을 일컫는 말일 수도 있겠지요.
번역가 홍한별씨가 쓴 ‘아무튼, 사전’(위고)에서 읽었습니다. 학창시절 보던 손때 묻은 사전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국어와 영어, 옥편은 물론이고 불어와 일본어, 중국어, 라틴어, 끝내 배우지 못한 독일어, 심지어 ‘수학공식활용사전’까지. 사전을 버리면 그를 통해 습득한 언어까지 휘발돼 버릴 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얇디 얇은 종이가 손상되지 않게 살그머니 넘겨가며 단어의 뜻을 짚어가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찾아본 단어에 밑줄을 그어 만남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정작 필요한 순간엔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지만 부적을 간직하듯, 종이 사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한별씨는 책에서 언어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교직시켜 이야기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뇌경색 후 논리와 기억과 언어를 잃어가면서도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하던 모습을 추억합니다.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지금 당신의 사전엔, 어떤 단어들이 적혀 있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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